운동이모저모

달리기보다 걷기가 더 살 빠진다고?

인형의기사 2024. 5. 14. 10:57
 
 

 

"걷기가 달리기보다 살이 더 잘 빠진다?"

 

라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이건 1960년대에 등장했던 주장인데 지금까지도
이 주장을 좋은 핑계로 뛰기보다 걷는 사람도 있다.
 
사실 우리 몸은 자동차 엔진처럼 연료에 산소와 같이 태워서 에너지을 낸다.
여기서 우리 몸의 연료는 주로 탄수화물 아니면 지방이다.
이건 대체로 충분하지만 언제나 산소가 문제다.
격한 운동할수록 산소가 딸려 숨이 찬 것이 그 때문이다.
격할수록 산소를 덜 쓰는 연료가 절실한데, 바로 탄수화물이 그렇다.
그래서 격한 움직임일수록 탄수화물을 먼저 그리고 많이 쓴다.
문제는 몸에 보관할 수 있는 탄수화물은 굉장히 적어서 아껴 써야 한다는 것 이다.
 
반대로 운동 강도가 낮으면 숨도 덜 차고, 산소 공급은 남아돈다.
몸에 얼마 저장되지 않은 탄수화물을 절약하려면
이럴 때 지방을 써야 한다.
지방은 어차피 체지방 조직에 거의 무제한으로 보관되어 있다.
여기까지 강도가 낮은 운동에서 지방의 연소 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강도 낮은 운동이 살을 더 빼준다고 확대 해석하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먼저 비율과 양을 혼동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걷기가 시간당 200kcal를 태우는데,
지방 연소 비율이 75%라면 지방이 탄 열량은 150kcal다.
지방 무게로 따지면 대충 17g쯤 되겠다.
 
달리기는 시간당 500kcal를 태우는데,
여기서 지방 연소 비율이 50%라면 지방이 탄 열량은 250kcal이다.
지방 무게로 따지면 28g 정도다.
결국 달리기 쪽이 타서 없어진 체지방의 양이 더 많다.
 
 
 
자. 그런데 현실이 문제다.
1시간 걷기는 장애가 없는 웬만한 사람은 할 수 있지만,
1시간 달리기는 운동 안 한 일반인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것이 일반인 초보자나 노약자에게 걷기를 추천하는 이유다.
달리기가 현실적으로 무리라서 걷기를 추천하는
것이지 걷기가 지방을 '더 많이' 태 워서가 아니다.

 

 
여기서 또 착각하기 쉬운 것 하나.
난 힘든 건 싫고, 시간은 남아돈다.
위의 계산에서 달리기가 걷기의 2배 열량을 태웠으니
달리기 1시간 대신 걷기 2시간을 하면 어떨까?
걷기는 지방 연소 비율이 높다고 했으니 결국엔 살도 더 많이 빠지지 않을까?
 
여기에 답하기 전에, 따져 보니 뭔가 이상하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고, 몸에 보관된 탄수화물과 지방량은 뻔한데
'지방이 많이 탄다'는 게 큰 그림에서 의미가 있을까?
 
골치 아프겠지만 내 몸의 에너지 재테크 방식을 알아보자.
탄수화물과 지방 모두 몸에겐 '에너지 자산'이다.
이 자산을 둘 곳이 두 군데 있는데,
하나는 탄수화물(글리코겐)는 현금에 비유할 수 있다.
글리코겐은 내 주머니의 현금처럼 바로 쓸 수 있지만 한상 상한선이 있다.
내 전재산을 주머니에 현금으로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면에 지방은 계좌다. 상한선도 없고 넣기는 편한데
꺼내 쓰려면 이것저것 조건이 필요하고 번거롭다.
그래서 내 총 재산이 100이라 면 10은 탄수화물 지갑에, 90은 지방계좌에 둔다.
 
운동을 하면 몸은 필요한 에너지의 일부를 탄수화물 지갑에서,
일부는 지방 계좌에서 빼서 쓴다.
운동 후에는 식사를 할 때 탄수화물도 들어오고 지방도 들어온다.
운동할 때 지방을 많이 태웠다면 탄수화물 지갑은
그대로일테니 먹은 음식은 지방 계좌로 밀어 넣는다.
 
반대로 탄수화물 위주로 태웠다면 여기부터 채우고 나머지를
지방으로 보낸다.
지방이 얼마나 타느냐는 하루 전체로는 별 의미가 없다.
 
애당초 학자들이 지방의 연소 비율을 연구한 건
운동선수들의 기록을 높일 목적이었다.
기록에 목을 매는 마라토너, 사이클 선수들에게
탄수화물과 지방의 연소 비율은 중대한 문제다.
탄수화물을 태울수록 산소를 덜 쓰고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시합전에 최대한 몸에 탄수화물을 많이 넣기 위해
일정기간 탄수화물을 제한하다 마라톤 2~3일 전부터 탄수화물을 
폭발적으로 먹는 탄수화물 로딩을 통해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마라톤 메달에 목맬 일 없는 일반인에겐 남의 세상 이슈다.
 
사실 살을 빼고 싶다면 지방이 타네,
탄수화물이 타네 어쩌고 저쩌고 따질 필요 자체가 없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부상입지 않는 선에서 빡세게 운동하면 된다.
본인 몸 상태가 어떠한 이유로 걷기밖에 감당이 안 된다면,
시간이 충분해서 그걸로  걸으면 된다.
강인한 체력도 기르고 싶고, 운동을 빨리 끝내고 싶다면
그땐 걷기보다는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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